
“‘나의 올드 오크’는 두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나는 과거 탄광산업의 붕괴 이후 남겨진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잊혔죠. 다른 하나는 전쟁으로부터 도망쳐온 시리아 난민입니다. 그들 역시 가진 게 없습니다. 그저 전쟁의 트라우마와 상실, 잔혹함을 겪은 사람들이죠.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과연 두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을 수 있을까에 관한 것입니다.”
켄 로치 감독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상영작의 피날레를 장식한 ‘나의 올드 오크’를 한국 관객에게 직접 소개하면서 이렇게 물었다. 칸에서 이 작품이 은퇴작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87살 노감독의 마지막 질문은 여전히 뜨겁다.
탄광산업과 철강산업이 쇠락한 뒤 사람들이 떠나고 가게들은 문을 닫으며 형편없이 값이 떨어진 집들은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된 1980년대 중반 영국 북동부 도시에 한 무리의 시리아 난민들이 버스에서 내려 도착한다. 동네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거부감과 혐오를 드러낸다. 동네에 유일하게 남은 펍 ‘올드 오크’ 주인 티제이(데이브 터너)는 사진가를 꿈꾸는 야라(에블라 마리) 등 난민들에게 소소한 선의를 베푸는데, 단골손님이자 오랜 동네 친구들은 티제이의 이런 행동을 눈엣가시처럼 여긴다.

‘나의 올드 오크’는 복지 시각지대에 놓인 은퇴 노동자를 그린 ‘나, 다니엘 블레이크’, 플랫폼 노동자의 벼랑 끝 삶을 다룬 ‘미안해요, 리키’에 이은 켄 로치 감독의 영국 북동부 3부작 완결작이다. 버려지고 잊힌 영국 공업 지역이 배경이지만 세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모두, 지금 한국에도 유효하다. 특히나 ‘나의 올드 오크’에서 냉랭하던 두 공동체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에서 밥을 함께 먹는다는 점에서 문화적으로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친구 찰리는 난민들에 대한 거부감과 티제이에 대한 서운함으로 티제이를 곤경에 빠뜨린다. “삶이 힘들 때 우린 희생양을 찾아. 절대 위는 안 보고 아래만 보면서 우리보다 약자를 비난해. 언제나 그들을 탓해. 약자의 얼굴에 낙인을 찍는 게 더 쉬우니까.” 티제이가 찰리를 찾아가 하는 말은 감독이 관객들을 향해 하고 싶은 말 그대로다. 전작들과 달리 훨씬 더 직접적으로 주제를 전달하는 이 영화의 대사들에서 은퇴를 앞둔 노감독의 절박감이 느껴진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힘든 시대에 희망이란 어디에 있는가’라는 어려운 질문에 관한 답을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이 올드 오크’는, 차가운 현실로 마무리한 두 전작과 달리 따뜻하고 희망이 담긴 결말을 선물한다. 혐오와 증오가 점점 더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현실을 되새기면 이심전심으로 엮인 두 공동체 간의 화해와 우정이 판타지로 보일 수도 있다. 켄 로치 감독은 이러한 세계, 영화에 등장하는 ‘용기’와 ‘연대’와 ‘저항’으로 약자들이 하나가 되는 세계에 대한 상상만이 반목과 증오의 강을 건널 수 있다고 ‘의지의 낙관’을 말한다. 그는 칸영화제 공식 상영 직후 무대인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싸워야 합니다. 계속 싸우다 보면 결국은 승리하게 될 겁니다.” 켄 로치 감독의 은퇴는 우리가 극장에서 이처럼 치열한 질문을 들을 기회가 더는 주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여서 팬들에게는 더욱 사무치는 작품이 될 듯하다.
비전문 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미안해요, 리키’처럼 소방관 출신으로 은퇴 이후 지역 노조 활동을 해온 데이브 터너가 주인공 티제이를 연기했고 실제 영국 북동부에 정착한 시리아 가족들이 직접 출연했다. 17일 개봉.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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