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값진 노동이 참 고맙습니다.

지난해 프랑스 칸영화제에 참석한 켄 로치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노장 켄 로치(88) 감독의 신작 ‘나의 올드 오크’ (17일 개봉)는 영국 폐광촌 사람들과 시리아 난민들 사이의 갈등과 연대 그리고 오래된 떡갈나무 같던 공동체에서 싹튼 귀한 우정에 관한 영화다. 영국 북동부 쇠락한 광산 마을에 시리아 난민들을 태운 버스가 도착한다. 저마다 녹록지 않은 현실로 고통받는 동네주민들에게는 새로운 이웃들과의 사소한 나눔도 사치처럼 느껴질 뿐이다. 게다가 주민들만의 공유지라 믿었던 동네 술집 ‘올드 오크’의 주인 TJ(데이브 터너)가 오래 닫아 둔 뒷방을 이주자들을 위한 식당으로 개방하면서 분노는 터져 나온다.
영화 ‘나의 올드 오크’는 영국 폐광촌에 사는 ‘TJ’와 난민 소녀 ‘야라’를 통해 이민자 문제를 되짚는다. [사진 영화사 진진]
이는 켄 로치의 영화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여든 넘은 나이에도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 ‘미안해요, 리키’(2019) 등 관료적 복지제도, 기만적 고용 형태 등 영국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칼날을 거둔 적이 없다.
Q : 어떻게 시작된 영화인가?
A : “계획 없는 난민정책과 더불어 각종 미디어는 난민들을 ‘침입자’라고 칭한다. 그들이 일자리와 집을 빼앗고 모든 것을 훔쳐갈 거라는 공포를 느끼도록 주입했다. 불안과 공포를 넘어선 적대감은 급기야 이민자들을 힘든 삶을 원망할 대상이자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영국 정부뿐 아니라 유럽에 잔재한 제국주의적 태도와 언론의 프로파간다는 훨씬 더 미묘하고 정교해지고 있다. 인종차별은 극우와 파시즘으로 이어졌고 그것이 결국 어디로 이어졌는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지 않은가.”
Q : 영화는 흑백 사진들로 시작된다. 스틸 사진에 주목하고 주인공을 포토그래퍼로 설정한 이유는?
A :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넓은 세상 속에서 무엇을 볼 지를 선택하는 일이다. 사진가를 꿈꾸는 난민 여성 야라(에블라 마리)는 펍의 벽에 걸린 사진 중 80년대 탄광 파업투쟁 당시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는 사진 한장에 주목한다. ‘우리는 함께 먹을 때 더 단단해진다’(When you eat together, you stick together)라는 문장이 쓰인 사진이다. 지옥 같은 현실 속에서도 그는 ‘희망’ 보기를 선택한 것이다. 결국 마지막에 함께 모여 보는 야라의 사진 속에는 자신들과 함께 먹기를 선택해 준 따뜻하고 존경스러운 이웃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Q : 결말은 당신이 꿈꾸는 이상적 세상에 대한 희망인가?
A : “현실적인 결말이라 믿는다. 연대는 긴 노동계급의 역사를 통해 이미 우리 속에 잠재된 요소다. 특히 조선·철강·광산 등 오래된 산업에는 투쟁과 연대의 전통이 있다. 80년대 더럼 탄광이 파업 투쟁을 이어갈 때 한 번도 동네 밖을 나가보지 않았던 프랑스·이탈리아·폴란드 노동자들이 이곳으로 와서 함께 싸웠다. 잠재적인 인종차별의 반대편에는 언제라도 연대하겠다는 의지 역시 존재하고 있다.”
Q : 이 작품이 은퇴작이라고 선언했는데.
A :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건 멋진 특권이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한계가 왔다. 하루 12시간 이상 고강도의 감정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백은하
프랑스 칸=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334982?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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