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값진 노동이 참 고맙습니다.
25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에 위치해 있어야 할 캠핑카(작은 사진)가 주차 문제로 500m가량 떨어진 유료 주차장에 주차돼 있다.
글·사진 =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25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한 마트 앞. 냉방시설을 갖춘 캠핑카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 2호차’가 있어야 할 자리엔 작은 탁자와 아이스박스만 놓여있었다. 제자리에 있어야 할 캠핑카는 500m가량 떨어진 유료 주차장에 주차돼 있었다. 건물 측과 주차 장소를 조율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폭염경보가 발령된 이날 오후 3시 기온은 32도. 더위를 피해 잠시 쉬어갈 ‘오아시스’를 찾아온 배달 라이더들은 임시 탁자 앞에서 담당 직원이 나눠주는 음료수나 팔토시만 챙긴 채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2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 산하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올해 처음으로 혹서기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 사업을 시작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센터는 배달 라이더, 대리기사 등이 자주 찾는 장소 30여 곳에 순회하는 캠핑카를 쉼터로 제공하고 있는데, 주차 문제 등으로 캠핑카가 제자리에 있지 못하는 경우가 잦으면서다. ‘찾아가는 쉼터’인데도 이들을 찾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한 쉼터 관계자는 “지금까지 순회한 쉼터 8곳 중 절반 이상에서 주차 문제로 캠핑카를 활용하지 못했다”며 “건물주와 간신히 주차 문제를 협의했는데도 주민들이 구청에 민원을 넣으면서 다시 쫓겨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동노동자들은 최근 배달 시장의 침체로 ‘콜(배달 요청)’이 줄면서 더욱 쉴 곳이 절실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배달 라이더 이모(42) 씨는 “코로나19 초창기에 배달을 시작했는데, 요새처럼 일이 없던 시기가 없다”며 “땡볕에 앉아 휴대폰 화면에 콜이 뜨기만 기다리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동시에 타들어 간다”고 토로했다. 10년차 배달 라이더 연모(51) 씨도 “땀으로 잔뜩 젖은 헬멧과 복장으론 편의점에 들어가는 것조차 눈치를 보게 된다”면서 “모두가 필요로 하지만 아무도 반기진 않는 게 라이더들”이라고 말했다. 센터에 따르면 하루 평균 130여 명의 이동노동자가 찾아가는 쉼터에 방문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시가 구청과 협의해 주차 문제를 조율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측은 “현장의 어려움을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주말에도 서울 등 중부 지역과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33도 이상의 폭염이 이어지겠다. 특히 습한 날씨로 인해 체감온도가 35도를 넘을 수 있겠다. 대기 불안정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소나기도 예보됐다.
땡볕에 탁자만… ‘이동노동자 캠핑카 쉼터’ 유명무실 :: 문화일보 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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