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ILO 190호 협약 비준을 위한 토론회. 송주용 기자
한국노총과 한국괴롭힘학회 등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어 이 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국제노동기구(ILO) 190호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019년 만들어진 ILO 190호 협약은 '일의 세계'에서 모든 사람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음을 확인한 내용이다. 현재 프랑스, 독일, 호주 등 ILO 회원국 44개 국가가 비준했다.
190호 협약 비준국은 해당 국가의 대표적 노사단체와 협의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감시 대책, 적절한 구제책 등 통합적인 접근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적용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 직원은 물론이고 수습사원, 자원봉사자, 구직자 모두가 보호 대상이 된다. 우리나라가 협약을 비준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하고 체계적인 괴롭힘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윤혜정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특수형태근로자와 하청근로자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ILO 190호 협약 비준과 함께 괴롭힘 문제를 다루는 별도의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효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감사는 "ILO 190호 협약으로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면 노동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며 "생산성 증가와 사회적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ILO 190호 협약을 비준하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협약 비준 이후 보호해야 할 노동자 범위가 크게 늘어나는 만큼 기업 입장에선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정부와 국회도 기존 법체계와의 충돌 문제 등 따져볼 사안이 많다. 예를 들어 ILO 190호 협약을 준수하기 위해 별도의 괴롭힘 관련 법안을 만들 경우 기존의 남녀고용평등법, 근로기준법 등과 중복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문재인 정부도 ILO 협약 3건을 비준하면서도 190호 협약은 비준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