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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가 ‘그림의 떡’인 사람들 [편집국장의 편지]
노동복지센터 조회수:264
2024-08-06 10:32:10

“한 마디로 토끼예요, 토끼.” 화물차 기사 김원식씨는 말했다. 여느 날처럼 그날 그는 하루 24시간 중 2시간 쪽잠을 잤다. 해가 떴다가 졌다가 다시 뜨는 초현실적 시간 흐름 속에서, 그의 화물차 조수석에 앉아 받아 적은 말들에 ‘일감’ ‘콜’ ‘불안’ ‘초조’와 같은 단어들이 쌓였다. “사람이 일을 너무 많이 하면 양쪽 귀 뒤에서 진물이 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그는 평생을 제대로 ‘쉬어본 적’ 없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였다.

 

“콜생콜사죠.” 또다른 특수고용직 노동자 배달 라이더 장희석씨도 오토바이에 앉은 채 말했다. 그는 일을 줄이거나 쉴 수 없는 이유가 “지금 콜을 잡지 않으면 또 언제 일감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했다. 그를 가장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8월의 폭염도,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 5층의 생수묶음 배송도 아니라고 했다. “더위에 머리가 핑 돌아가고 미끄러운 빗길이 겁나는 그 순간에도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띵동’ 소리를 기다리고 있는 자기 자신”이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 우리나라 화물 운송 시스템, 플랫폼 노동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실감했다. 하지만 솔직히 100% 이해가 되진 않았다. 무엇이 그곳 노동자들을 그토록 쫓는 것일까? 그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불확실성의 구체적인 정체는 무엇일까?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배달을 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배달을 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이번 호 커버스토리로 실은 전혜원 기자의 기사 ‘실업급여도 배달처럼 빠르게 받을 수 없나요?’를 읽으면서 궁금증을 풀 실마리를 발견했다. 9분의1. 화물차 기사나 배달 라이더 같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실업급여 수급률을 일반(상용) 노동자들과 비교했을 때 나오는 숫자다. 2021년부터 일부 특수고용직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하기 시작했지만 실업급여 수급율은 0.683%에 그친다(일반 노동자는 6.246%, 2024년 1~5월 통계).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의 실업으로 인한 생계 불안을 극복하고 생활의 안정을 도와주며 재취업의 기회를 지원해주는 제도(고용노동부 한국고용정보원)’지만, 같은 가입자라도 고용의 형태에 따라 실질적으로 누리는 ‘불안 극복’과 ‘재취업 기회 지원’ 안전망이 크게 차이나는 것이다.

 

콜(일감)을 잡느냐 못 잡느냐에 따라 ‘순간적 실업’과 ‘순간적 취업’이 하루에도 수십 번 교차되는 특수고용직·프리랜서 노동자에게, 전통적 임금노동자를 기준으로 설정된 ‘실업 증빙’의 벽은 너무 높다. 화물차주 김원식씨와 배달 라이더 장희석씨가 일감을 받지 못해 사실상 실업 상태에 다다르더라도, 이들이 여러 가지 증빙과 검증을 거쳐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는 일은 ‘(기사 속 표현에 따르면)바늘구멍 통과’와 같다. 그걸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아파도, 무서워도, 불합리해도 쉴 생각 멈출 생각을 하지 못하고 계속 그 자리에서 뱅뱅 도는 쳇바퀴 일터에 갇혀 있는 건 아닐까, 기사를 읽으며 추정해 보았다. 일종의 ‘비자발적 취업’ 상태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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